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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와 미래 도시환경 및 도로 교통 인프라 구성

수목법의사(Tree Surgeon) – 나무를 수술하는 도시의 조용한 의사

지난 2주 동안 “희귀 전문직 or 생소한 직업”에 대한 대주제 중  첫번째로 '슬로우 시티 코디네이터' 관련 글을 작성해 왔다. 이젠 두번째로 '수목법의사 (Tree Surgeon)'와 관련된 주제로 하여 나무를 수술하는 전문가, 도시 조경, 산림 복원 등과의 연결, 친환경 및 탄소중립 트렌드와 연계 등 글을 쓰고자 한다. 

왜 지금, 나무를 ‘수술’하는 사람이 필요한가?

도시 한가운데에서 위태롭게 기울어진 가로수가 있다.
수령이 오래되어 중심부가 썩어 들어가는 나무,
한쪽 가지가 부러졌지만 여전히 생명을 품고 있는 나무.
우리는 그런 나무 앞에서 종종 망설인다.
‘베어야 할까, 살릴 수는 없을까?’

이 질문에 대답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수목법의사(Tree Surgeon)’다.
이들은 단순히 나무를 자르거나 심는 조경사가 아니다.
나무의 상태를 진단하고, 필요할 경우 절단·접합·보존 처치를 통해
나무의 생명을 연장하고, 도시의 생태를 지켜내는 전문가
다.

나무의 생명을 되살리는 사람, 도시를 치유하는 녹색의 기술자

지금, 기후위기와 도시의 탄소중립이 화두인 시대에
**수목법의사는 단지 나무를 치료하는 사람이 아니라
도시 전체의 환경 감각을 살리는 ‘녹색의 의사’**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 1. 수목법의사(Tree Surgeon)란 누구인가?

수목법의사는 말 그대로
‘수목(樹木)’을 ‘수술’하는 기술과 지식을 갖춘 전문가다.
이 직업은 영미권에서는 'Arborist', 'Tree Surgeon'이라고 불리며
도시 숲, 공원, 가로수, 사유림 등에서
나무의 건강을 진단하고, 구조적인 위험을 방지하며,
나무가 오래도록 살아갈 수 있도록 관리하는 직업
이다.

✅ 주요 역할은 다음과 같다:

  • 나무의 건강 상태 진단 (병충해, 부패, 조직 손상 등)
  • 수목 외과적 수술 (가지 절단, 내부 썩은 부분 제거, 지지대 설치 등)
  • 고위험 작업 수행 (높은 가지 제거, 전정, 로프 등반)
  • 도시 조경 계획 참여
  • 나무와 사람, 도시 환경 사이의 안전을 조율

이들은 도시 환경에서 인간과 나무가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하고 실천하는 실무 전문가다.


🌳 2. 수목법의사가 필요한 이유 – 탄소중립 시대의 도시 전략

1) 도시의 생태 복원 전문가

도시는 콘크리트 구조물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나무 한 그루, 그늘 한 점, 바람이 통하는 공간이
도시의 회복력을 결정짓는 요인이다.
수목법의사는 그런 생태 인프라의 건강을 책임지는 핵심 인력이다.

2) 탄소흡수원의 관리자로서의 역할

기후위기 대응에서
‘숲’과 ‘나무’는 탄소를 흡수하는 가장 효과적인 자연 자산이다.
그러나 병든 나무, 썩은 나무,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나무는
오히려 병해충 확산과 탄소배출의 원인이 된다.

수목법의사는 건강한 나무를 유지함으로써 도시의 탄소 흡수 능력을 유지하고 강화시킨다.

3) 도시 안전과 직결되는 기술자

가로수의 큰 가지 하나가
비바람에 떨어지면 사람과 차량의 안전에 큰 위협이 된다.
수목법의사는 이러한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정기적인 검진, 예방적 가지치기, 위험 나무 조치를 담당한다.


🧠 3. 수목법의사가 되려면 – 직업 진입 경로와 필요 역량

✅ 국내 진입 방식

한국에서는 수목관리 전문가로 진입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경로가 있다:

  • 산림 관련 학과 졸업 (산림학, 조경학 등)
  • 산림기술사, 조경기능사, 식물보호기사 등 자격 취득
  • 민간 수목관리 협회, 교육기관에서의 전문 교육 이수
  • 실무 현장 경험 → 시청, 공원녹지과, 조경회사 등

✅ 필요 역량

  • 식물해부학 및 병해충 지식
  • 위험 수목 판단 능력
  • 로프 등반 및 고소 작업 기술
  • 공공안전 감각
  • 현장 커뮤니케이션 능력 (주민, 공무원, 기술자 등과 협업)

✅ 해외에서는?

영국, 호주, 캐나다 등에서는
ISA(국제 수목관리사 협회) 인증을 통해
국제 수목관리사(ISA Certified Arborist) 자격 취득 가능.
이들은 도시녹화 전문가로 전 세계에서 활동한다.


🔧 4. 수목법의사가 도시를 바꾸는 5가지 방식

1) 공원·가로수의 생애주기를 설계한다

심고 끝나는 게 아니라
20년, 30년 후의 나무 상태까지 예측하며
전정, 지지, 병해충 관리 등 전주기적 관리 플랜을 설계
한다.

2) 위험 수목으로부터 시민을 보호한다

장마철, 태풍 전후에는
도시 곳곳을 순회하며 고사 가능성이 있는 가지와 나무를 제거함으로써
사고 예방과 인명 피해 방지에 기여한다.

3) 병든 나무를 살려 도시의 기억을 지킨다

가로수 하나, 오래된 느티나무 하나는
도시의 역사이자 기억이다.
수목법의사는 ‘잘라내는 것’보다 ‘살리는 방법’을 먼저 고민한다.

4) 기후변화 대응형 도시녹화 전략에 참여한다

나무의 내염성, 내한성, 생장속도 등을 고려해
기후위기 시대에 맞는 수종 선택과 식재 위치를 제안하는 기술자 역할을 수행한다.

5) 도시 공간의 감성과 안전을 동시에 설계한다

수목법의사는 단순히 기능적인 관리만이 아니라,
그늘, 빛, 거리 감각, 시야의 흐름까지 고려하여
사람 중심의 감성 도시 설계에 참여
한다.


🏘️ 5. 실제 사례로 보는 수목법의사 활동

📍 서울숲 – 수목 생육 진단 프로젝트

전문 수목관리사가
고사위험 수목 300그루를 대상으로
내부 부패 상태를 CT 장비로 진단 후
병든 나무는 치료, 위험 나무는 이전 후 보존 처리.

📍 광주광역시 – 가로수 위험도 조사 프로젝트

폭염·태풍 대비
수목법의사가 직접 등반해 가지 상태 진단,
중력 중심 변화 측정, 지주 보강 등 진행.

📍 런던 – 도시 수목 외과 관리 시스템

영국은 1만여 명의 수목법의사가
도시 곳곳을 순회하며
나무의 ‘건강 기록’을 디지털로 관리하는 체계화된 시스템을 운영 중.


🎯 도시의 나무를 살리는 일, 그것은 결국 사람을 위한 일이다

수목법의사는 단순히 나무를 만지는 사람이 아니다.
그들은 도시의 건강을 지키는 의사이며,
기후위기 시대의 환경 전략가이며,
사람과 자연 사이를 연결하는 조용한 조율자
다.

빠르게 자르고, 쉽게 베어내는 도시가 아니라
천천히 살펴보고, 끝까지 살려보려는 도시.
그 도시에는 반드시 수목법의사가 존재해야 한다.

지금 우리가 말하는 녹색 도시, 탄소중립 도시, 회복력 있는 도시.
그 모든 말은 결국
한 그루의 나무를 어떻게 대하느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