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림이라는 가치는 ‘함께’ 만들어야 비로소 완성된다
도시가 느려진다는 건 단순히 교통 속도를 낮추거나
행정 절차를 늘리는 걸 의미하지 않는다.
도시의 속도를 낮춘다는 건, 삶의 리듬을 바꾸는 일이고,
그 리듬을 모두가 함께 조율해야 한다는 뜻이다.
슬로우 시티는 이 과정을 **‘거버넌스’**라는 이름으로 풀어간다.
시민, 공무원, 지역 단체, 기업, 예술가, 농부, 교사 등
각기 다른 주체가 도시를 구성하는 파트너로서 협력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이번 글에서는 슬로우 시티에서 말하는 ‘거버넌스’가 무엇이며,
그 구조가 어떻게 작동하고,
어떤 방식으로 도시의 지속 가능성과 느림을 실현하는지 자세히 살펴본다.
🏙️ 1. 슬로우 시티에서 거버넌스란 무엇인가?
거버넌스(governance)란
단순한 행정 운영이 아니라, **‘도시를 함께 운영하는 방식’**이다.
슬로우 시티에서 거버넌스는
속도를 낮추는 방식조차 시민과 함께 결정하는 구조를 의미한다.
✅ 1) 행정 중심이 아닌, 협치 중심
기존 도시는 행정이 계획을 세우고,
시민은 그에 따라 소비하거나 반대하는 구조였다.
하지만 슬로우 시티는
계획 단계부터 시민이 참여하고, 실행과 평가에 이르기까지 동등한 파트너로 간주한다.
✅ 2) ‘의견 수렴’이 아니라 ‘공동 설계’
단순히 의견을 듣는 공청회 방식이 아니라,
시민과 행정이 함께 목표를 세우고 실행 방법을 고민하는 ‘공동 설계’의 방식이다.
이는 민주주의의 실행이자, 느림의 철학이 실제 도시 운영에 녹아드는 통로다.
✅ 도표 1: 국내 지역 거버넌스 참여 현황 및 체감도 (2023~2024 기준)
🧑🤝🧑 주민참여 예산제 도입 자치단체 비율 | 전체 243개 기초자치단체 중 193곳 (약 79.4%) | 행정안전부 지방자치보고서 2024 |
📣 정책 결정과정에 참여한 시민 비율 | 12.8% (한 번 이상 참여 경험 기준) | 시민참여실태조사 2023 (서울연구원) |
🧭 주민참여 정책의 ‘만족도’ 응답율 | 긍정적 68.4% / 부정적 13.2% / 무관심 18.4% | 국민참여플랫폼 통계, 2023 |
🧩 거버넌스 기반 정책 성공률 | 참여 기반 사업이 단독 추진보다 약 1.7배 더 높은 정책 지속률 기록 | 한국지방행정연구원, 2023 |
🕰 시민 참여 활성화의 주요 장애 요인 | 정보 부족(1위), 시간 부족(2위), 형식적 운영 불신(3위) | 한국행정연구원, 시민정책포럼 |
📌 요약: 제도는 많이 도입됐지만, 실질적인 참여와 신뢰 회복이 관건
→ 슬로우 시티의 거버넌스 모델은 ‘속도’보다 관계의 밀도를 만들어내는 데 초점이 있음
🧭 2. 슬로우 시티 거버넌스가 작동하는 4가지 방식
🤝 1) 주민 참여형 도시 의사결정 구조
슬로우 시티에서는 마을 단위로
- 주민 회의
- 공론장
- 주민 제안 예산제
- 생활 의제 워크숍
등이 정기적으로 운영된다.
이 구조는 행정에 대한 감시가 아니라
주민 스스로가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 방식을 제안하는 실천의 장이다.
🏘️ 2) 마을 단위의 자치 거버넌스 활성화
슬로우 시티는 도시 전체가 하나의 체계로 움직이기보다,
각 마을과 생활권이 자율적으로 자신들의 정책을 조율하는 구조를 지향한다.
예: 마을 카페 운영, 커뮤니티센터 프로그램 기획, 골목 디자인 결정 등
이 방식은 주민의 일상과 정책의 거리를 좁히고,
정책 결정의 체감도와 실행력을 동시에 끌어올린다.
🧩 3) 다양한 주체 간의 협업 플랫폼 구축
행정과 주민만이 아니라,
지역 비영리단체, 소상공인, 교육기관, 예술인, 농민, 청년 등이
**동등한 이해관계자(Stakeholder)**로 참여할 수 있도록
도시 내 협업 플랫폼이 마련된다.
이 플랫폼은 단순한 협의체를 넘어서
실제 프로젝트를 기획·운영할 수 있는 권한을 함께 나눈다.
📊 4) 투명성과 피드백이 살아있는 시스템
느리게 운영된다는 건,
시간이 걸리더라도 제대로 대화하고, 결과를 공유하고,
문제를 수정할 수 있는 구조가 있다는 뜻이다.
슬로우 시티의 거버넌스는
‘효율적’이지 않을 수 있지만,
지속 가능하고 신뢰 기반의 운영이 가능하다.
🌱 3. 슬로우 시티 거버넌스가 도시를 바꾸는 5가지 변화
1) 정책이 주민의 언어로 말하기 시작한다
공무원이 쓰는 행정 용어가 아니라,
주민의 생활 언어로 정책이 설명되고 구성된다.
이 변화는 정책에 대한 이해도와 실행력을 높인다.
2) 도시의 속도가 생활의 리듬과 닮아간다
대규모 개발이나 일방적인 변화가 아니라
사람의 생활 리듬에 맞는 속도로 정책이 진행된다.
도시가 사람을 따라 움직이게 되는 것이다.
3) 시민이 도시의 주인이 된다
‘참여자’에서 ‘주체’로,
‘피드백을 주는 사람’에서 ‘결정을 함께 내리는 사람’으로
시민의 정체성이 변화한다.
4) 공동체의 힘이 도시운영의 기반이 된다
행정의 손이 닿지 않는 영역을
주민 공동체가 스스로 기획하고 유지하는 구조가 마련된다.
이건 ‘행정의 외주화’가 아니라
도시 돌봄의 다중 주체화를 의미한다.
5) 도시가 실험하고 배우는 유기체가 된다
슬로우 시티의 거버넌스는
한 번 정한 계획을 고수하는 방식이 아니라
계속 실험하고, 실패를 수용하며, 개선해 나가는 학습형 도시운영 구조다.
✅ 도표 2: 슬로우 시티 거버넌스가 도시를 바꾸는 5가지 구조적 변화
🗣 정책 언어의 변화 | 행정 용어 → 주민 생활 언어로 재구성 → 이해도 및 실행력 상승 |
⏳ 정책 리듬의 변화 | 대규모 일괄 추진 → 생활 속 느린 실험과 피드백 중심 구조로 전환 |
👥 시민 정체성의 진화 | ‘정책 수용자’ → ‘정책 공동 설계자’ → 주인의식 강화 |
🧑🤝🧑 공동체 중심 운영 강화 | 마을 자치, 커뮤니티 주도 프로젝트 → 행정의 틈을 공동체가 메우는 구조로 진화 |
🔁 유기적 학습 도시 구조 | 고정 계획 → 피드백 기반 순환 정책 구조 → 실패를 포용하는 유연한 운영 |
🏘️ 4. 실제 슬로우 시티 거버넌스 사례
📍 전북 완주 – 삼례생활권 주민참여계획
완주군은 슬로우 시티 지정을 계기로
생활권별 주민회의를 구성하고,
교통, 먹거리, 청소년 공간 등 생활 이슈를
주민 스스로 제안하고 집행하는 예산 구조로 전환함.
📍 충남 서천 – 마을계획단 운영
주민 30~50명이 마을계획단으로 구성되어
도시디자인, 공공공간 활용, 마을축제 등을
직접 기획하고 실행.
행정은 지원과 조정자 역할에 집중하는 방식.
📍 이탈리아 그레베 – 시민 협의회 기반 도시운영
슬로우 시티의 대표 도시 그레베는
도시의 모든 정책에 대해
시민 협의회(Forum dei Cittadini)가
공론화 과정을 주도하고,
결정권의 일부를 공유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음.
🎯 결론: 느림은 시스템이 아니라 ‘사람 사이의 조율’로 완성된다
슬로우 시티의 거버넌스는
행정을 비판하는 구조도 아니고,
모든 것을 주민에게 맡기는 구조도 아니다.
그것은
도시라는 복잡한 시스템을 사람의 속도로 되돌리기 위해
모두가 조금씩 권한을 나누고 책임을 나누는 구조다.
도시는 혼자서 설계되지 않는다.
도시는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
서로의 리듬을 조율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느릴 수 있다.
그리고 그 느림이야말로
도시를 가장 인간답게,
가장 오래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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