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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와 미래 도시환경 및 도로 교통 인프라 구성

지역 건축과 도시 자립 – 마을에서 짓고, 마을에서 산다

왜 ‘지역에서 짓는 건축’이 도시 자립의 핵심인가?

오늘날 도시의 건축은 자본 중심, 외부 업체 중심, 효율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대규모 건설사는 표준화된 자재와 설계로 지역에 상관없이 비슷한 형태의 아파트와 상가를 찍어내고, 그 결과 도시는 개성과 맥락을 잃고 있다. 이 구조 속에서 지역의 건축은 외주화되고, 기술은 단절되며, 도시는 외부 의존형 공간으로 고착된다.

슬로우 시티는 이런 흐름에 맞서, ‘지역에서 짓고, 지역에서 살아가는 건축’의 흐름을 복원하고자 한다. 이는 단순한 건축 양식의 문제가 아니다. 누가 공간을 짓고 유지하는가에 따라 도시의 자립성과 공동체의 지속 가능성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이번 글에서는 지역 건축이 도시 자립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왜 마을에서 직접 짓는 건축이 중요한지,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도시를 재생시키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도시의 지속 가능성


🏘️ 1. 도시가 스스로 짓는 힘을 잃으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

지금 대부분의 지방 도시에서 벌어지고 있는 문제는 비슷하다.
지역의 집은 낡고, 고쳐 쓸 수 없고, 새로 짓는 것도 어렵다.
이유는 간단하다. 짓는 기술도 사람도 지역 안에 없기 때문이다.

건축업체는 외지에서 들어오고, 설계자는 지역을 모른다.
자재는 대형 자본을 통해 유통되고, 건물은 마을의 삶과 무관한 방식으로 지어진다.
그 결과, 지역 사람은 그 공간에 '삶을 담을 수 없게' 되고,
집은 ‘사는 곳’이 아니라 ‘떠나고 싶은 구조’로 변질된다.

이것이 지역 공동체의 해체, 인구 유출, 공간 붕괴로 이어지는 가장 실질적인 원인 중 하나다.
건축이 지역과 연결되지 않을 때, 도시는 외주화된 소비지로 고립된다.


🧱 2. 지역 건축은 왜 도시 자립의 기초가 되는가?

슬로우 시티가 지역 건축을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는 명확하다.
건축은 물리적 공간을 만드는 일이면서 동시에 사회적 구조를 짓는 일이기 때문이다.

✅ 1) 건축 기술의 지역화

지역 내 장인, 목수, 소규모 시공자들이 지역 안에서 활동하게 되면
기술과 경제가 외부로 빠져나가지 않고, 지역 안에서 순환된다.
이는 도시의 물리적 자립 기반이 된다.

✅ 2) 지역 자재의 재발견

흙, 돌, 나무, 한지, 기와 등 지역 고유 자재의 활용은 정체성과 지속 가능성 모두에 기여한다.
지역 자재는 물리적 수명만이 아니라, 공간의 감성과 기억을 잇는 매개가 된다.

✅ 3) 주민 참여형 건축 구조

건축 과정을 주민들이 함께 논의하고 설계에 참여하면,
그 공간은 주거지를 넘어서 공동체의 상징이자 거점 공간이 된다.


🏡 3. 마을에서 직접 짓는 건축이 도시를 살리는 방식

🧱 1) 자재와 기술의 로컬화

경북의 한 슬로우 시티에서는 지역의 흙과 나무로 집을 짓고,
마을 목수들과 함께 리모델링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이러한 구조는 단순히 비용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손길과 온기를 공간에 남기는 방식이다.

🧱 2) 마을 워크숍 기반 건축 설계

슬로우 시티는 주택이나 공동 공간을 설계할 때, 건축가와 주민, 장인, 행정이 함께 참여하는 설계 워크숍을 연다.
이 과정에서 주민은 "내가 머무르고 싶은 공간은 어떤 곳인가?"를 스스로 정의하게 되고,
그 결과물은 단순히 예쁜 건축물이 아닌 삶의 리듬을 담은 구조가 된다.

🧱 3) 공동체 기반의 유지관리 구조

건축 이후에도 마을 단위로 공간을 관리하고 돌보는 운영 체계를 만든다.
누군가는 마당의 화단을 가꾸고, 누군가는 지붕을 수리하며,
공간이 다시 ‘우리의 것’이 되는 경험을 통해 공동체의 유대감이 강화된다.


🔄 4. 지역 건축이 가져오는 도시의 5가지 변화

1) 외부 자본 의존 구조에서 자립 구조로 전환

지역에서 설계하고 시공하는 건축이 늘어나면,
지역 자본이 머물고, 기술이 전수되며, 도시는 외부에 흔들리지 않는 자립 구조를 갖추게 된다.

2) 도시의 공간 정체성 회복

기성 건축물로 채워진 도시에서는 ‘어디나 같은 거리’가 되지만,
지역에서 짓고 만든 공간은 고유한 풍경과 이야기, 감성이 축적된 도시를 만들어낸다.

3) 지역 청년의 기술 기반 일자리 창출

지역 건축 구조가 살아나면, 목수, 설계사, 리모델링 기술자, DIY 강사 등 청년 일자리가 지역 내에서 생겨나게 된다. 이는 청년 정착의 기반이 되기도 한다.

4) 공간을 통한 공동체 회복

같이 짓고, 같이 관리하며, 같이 사는 경험은
이웃 간의 신뢰와 책임감, 돌봄과 연대를 형성하는 토대가 된다.

5) 도시에 대한 애착과 지속 가능성 강화

직접 지은 공간은 곧 자기 삶의 일부가 된다.
공간이 소중해질수록, 그 도시를 떠나고 싶지 않은 이유가 생긴다.
이것이 도시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가장 근본적인 힘이다.


🏡 결론: 도시는 ‘짓는 행위’를 통해 살아있음을 증명한다

지역 건축은 단순한 인테리어나 시공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도시가 스스로 살아가려는 가장 실질적인 실천의 구조다.

누군가 대신 지어주는 도시는 결국 외부에 종속된다.
하지만 내가 함께 짓고, 함께 머물고, 함께 돌보는 공간은
도시를 ‘내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게 만든다.

마을에서 짓고, 마을에서 사는 구조는
느림의 도시가 선택한 가장 지속 가능한 삶의 방식이다.
그리고 그 공간 안에서,
도시는 다시 ‘살 수 있는 곳’이 아니라
‘살고 싶은 곳’이 되어간다.